손을 놓았다.

내가 손을 놓자, 가을 언니도 기다렸다는 듯 손을 놓았다.

비명 하나, 원망의 말 하나 없었다.

바람을 가르는 미세한 소리만 남기고 검은 형체들의 사이로 가을 언니의 모습이 사라져갔다.

허망하게 뻗어있던 손을 회수했다.

난간을 잡고 아래에서 눈을 떼고 못하고 있자, 차가운 손이 눈을 가려왔다.

“역시 언니는 나를 사랑해요. 그쵸?”

이어 가는 팔이 목을 감아왔다.

“사랑해요, 언니.”